관찰/대안학교 1년살이

3.3 대안학교 교사일기 - 나누는 사람이 되는 길

몸을쓰라곰 2025. 3. 3. 23:13

1. 동료이자 이웃인 선생님들
오늘 아침에 눈이 엄청 많이 왔다. 아침에 나오는데 눈이 너무 많이와서 차도 못나가고, 멘붕에 휩싸인 샘들이 보였다. 특히 그 중 한 선생님은 본인 차를 가지고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과 차를 뒤에서 열심히 밀고 차 주변의 눈을 함께 정리했다. 결국 차는 빠져나가지 못했다.. ㅋㅋ 그래서 다른 선생님 차를 타고 함께 출발했다. 그 때는 그냥 아무생각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재밌었던 것 같다. 직장동료이면서 이웃같아서 좋았다. 그런 사람들이 내 옆에 있다는 게 감사하다!
 
2. 선택받고자 하지않고, 나누는 사람이 되려면
우리 학교의 특징 중 하나는 아이들이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거다! 또 선생님도 자신의 전공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수업을 열 수 있다.(이번에는 헬스수업이 열렸는데, 그 수업을 여신 선생님은 문학을 전공했다^^)대학처럼 매학기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고, 그 중에 어떤 수업은 선택받고, 어떤 수업은 인원 미달로 폐강된다.(물론 선택할 수 없고 꼭 들어야 하는 수업도 있다.) 내가 이번 학기 개설한 수업은 사회 수업과 과학 수업이었다. 사회 수업은 다양한 사회이슈를 다루며 자신이 생각하는 공정함의 기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개설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사고 능력이 충분함에도 유독 지식*상식 앞에 작아지는 것을 보며 당당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열게 되었다. 과학 수업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인공지능을 다루는 수업이다. 내가 과학 실험이나 탐구를 가르칠 수는 없어도 과학 기술이 어떤 사회적인 요구에서 발전했는지, 우리는 그 과학기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는 가르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나는 두 가지 수업을 꼭 열고 싶었다. 내가 가진 서사능력(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수업설명회를 앞두고 어떻게 짧고 임팩트있게 설명할 지 고민했다. 그 때 김주환 교수님의 영상을 하나보았다. 교수님은 사람들에게 나를 평가대상으로 놓는다면 계속해서 불안해질 뿐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자리를 내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주는 자리로 삼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떨리지 않고, 온전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거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도 결심했다. '그래, 어떻게 내 수업이 선택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수업을 제안하는 자리로 삼자'고!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고 멘트도 연습했는데.. 막상 수업설명회에 들어서니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잘해야 하는데, 정해진 말을 제대로 못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불안한 생각들. 내가 나를 또 평가대상에 놓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가서 할말을 잊지않고 다하기는 했지만, 이 불안이나 인정욕망이 단숨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기간 나를 있는그대로 사랑하고, 주변에 감사하는 일이 바탕이 되어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오늘도 일기를 쓴다!
 
감사일기
1.선생님들과 함께 동료 선생님의 차가 눈길을 빠져나갈 수 있게 도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있음에 감사하다!
2.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학교 주변에 눈을 치웠다. 물론 제설반 장난반이었지만, 그래도 자발적으로 마음을 내 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3.내가 수업이름을 제안했던 선생님의 수업에 많은 인원이 신청했다. 그 선생님이 하고자 하는 수업에 나도 1%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다!
4.사회수업은 개강확정이고, 과학수업은 인원부족으로 폐강될 것 같다. 사회수업과 과학수업에 마음을 내어 신청해준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5.이 일기를 쓰면서 나의 하루가 충만해짐을 느낀다. 충만함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