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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3 일기
    관찰/걷기일기 2022. 4. 4. 18:13

     

    Q. 규칙적으로 걷기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걷는 시간이 수시로 달라지고, 글도 어떤 날을 쓰고 어떤 날은 쓰지 않는다. 이게 나한테 필요하다는 느낌도 점점 사라진다.

     

    A1. 걸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을 휴대폰을 멈추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틈이나면 나는 휴대폰으로 들어가 걷고 쓰는 일을 미루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검색하다보면 점점 그만두기가 어려워진다. 마치 블랙홀에 빠진 느낌이다. 휴대폰을 멈춰도 한 동안 내가 알아보고 즐겼던 것들이 머릿 속에 남아있다. 그 생각들과 이미지들이 '너는 계속 이걸 생각해야해! 안그러면 더 불안해질거야!'하고 나를 유혹한다.

     

    A2. 걷기싫을 땐 내가 걸어야 하는 이유, 걸어서 좋은 이유를 떠올리자.

    '고작 걷는 일이, 걸으면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로 쓰는 일이 뭐가 대단하다고 쓰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올라온다. 몸을 움직이고, 자연을 관찰하고 글로 남기는 일.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맥락 속에서 도움을 주는 일', 내가 생각한 사랑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사랑을 정말 하고 싶은가?라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 또 1)나는 누구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2)그 맥락 속에서 도움을 어떤 식으로 줄 생각인데, 3)거기에 몸을 움직이고 자연을 관찰하고 이야기 쓰는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이유가 구체적으로 와닿아야 걷고 쓰는 일이 나에게 조금 더 간절해질 것이다. - 낭송 이옥을 읽는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막연하게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어떤 식으로 사랑하고 글쓰는지 고민할 수 있다. 

     

    걷기 스토리

     

    1. 작은 꽃들

    걷다가 문득 시선이 아래로 향했는데,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꽃이 있었다. 내 새끼 손가락의 손톱보다 작은 꽃이었지만 하얀색에 앙증맞은 매력이 있었다. 이 하천에는 내가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작다는 말은 뻥이 아니다. 수원천으로 오면 직접 보여주겠다.

     

    2. 비둘기

    나는 비둘기가 싫다. 더럽다는 인상이 강하고, 원래 우리 종도 아닌데 식용을 위해 들여와서는 방관하다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실패작'으로서 비둘기를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은 뭐가 좋은지 비둘기에게 자꾸 먹이를 준다. 비둘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향한다. 왜 자꾸 비둘기 개체가 늘어나게 먹이를 주는가? 왜 강 생태계에 이롭지도 않을 먹이를 자꾸 하천 주변에 뿌리는 걸까?

    불만을 앉고 걸어가던 중에 엄청나게 모여 먹이를 먹고있는 비둘기 때가 보였다. 아저씨도 보였다. '진짜 왜 저러는걸까?'라고 생각하던 중에 아저씨가 오리에게도 먹이를 주는 모습을 보았다. 재미있었던 점은 오리가 먹이를 먹으러가는 모습이 흐뭇하게 보였다는 거다..!(나는 오리를 좋아한다. 가만히 앉아서 10분 동안 오리를 구경한 적도 있다..!!) 나는 비둘기가 싫어서 비둘기와 비둘기를 돕는 사람들을 나쁜 존재들로 몰아가고 있었다. 비둘기는 나보다도 먼저 이 하천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비둘기에 대해 아는게 없다. 비둘기는 어떤 동물일까?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5141754001

     

    비둘기에 대해 구글링 하던 중, 기사하나를 발견했다. 제목은 비둘기 “도시의 삶, 우리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비둘기는 도시의 삶을 선택한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비둘기의 이미지 역시 비둘기가 선택한 것은 아니다. 비둘기는 원래 바위 틈이나 나무 주변에서 살았다고 한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사육되고, 개량되다가 지금의 처지에 이르게 되었을 뿐. 비둘기 개체 수가 늘어난 것도 다 인간이 활용하기 위해 사육되거나, 벗어나게 되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도시의 환경에 적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이 필요할 때는 인간과 친밀한 비둘기였다가, 인간이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유해동물로 지정된다니.

    생각해보면 어릴 때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장아장 걷는 꼬마부터 꼬부랑 노인까지 말이다. 나 역시 어릴 때는 별 생각없이 봤던 기억이 난다. 아마 모이를 나눠주는 사람은 그 때의 기억이 남아서 그런 거겠지. 비둘기가 더럽다는 생각도 예전에는 하지 않았다. 사실 모든 야생동물은 어느정도 더러울 수 밖에 없다(비둘기도 야생동물이다!). 사람들이 귀엽게 보는 고양이, 내가 좋아하는 오리도 마찬가지다. 비둘기보다 더 깨끗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그만큼 많이 보이고 부딪히게 되니 편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하천에 살고 있는 비둘기는 더 깨끗하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비둘기는 야생동물이고, 하천은 자연이다. 자연에서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게 당연할진데, 나는 어느순간 하천을 도시의 휴양림정도로 생각하고 내가 보기 불편한 것은 쉽게 미워했다.

    정리하자면 하천은 나만의 공간도 아니며, 비둘기가 하천에 사는건 당연하고, 비둘기가 처한 상황을 만든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나는 마주치는 비둘기를 혐오할 수 없다. 이 기사 말미에는 인간과 비둘기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인간이 주는 인공적인 먹이가 아니라, 비둘기들이 자연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 그 동안 비둘기는 인간이 주는 모이를 먹으며 도시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인간과 여러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고, 또 먹이 걱정없이 많은 번식을 했다가 모이주는 걸 금지하자 먹이가 부족해 죽은 해외사례도 있다. 그래서 비둘기가 자연 속에서 먹이를 구하며 살아가는 데에 익숙해지는 일이 중요하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사용되었다가 버려진 비둘기가, 자연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말이다. 처음 내 생각처럼 비둘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비둘기를 위해서 모이를 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모이를 먹는 비둘기들을 보면 싫어하기 보다는 비둘기를 걱정하게 될 것 같다.

     

    폭식하고 있는 비둘기 무리와 먹이줄 오리를 찾기 위해 탐색레이저를 가동한 할아버지, 새침한 듯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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