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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8 대안학교 교사일기 - 밀고 당기며 함께 학급 만들어나가기
    관찰/대안학교 1년살이 2025. 3. 3. 22:34

    1. 학급규칙으로 밀당하기

    오늘은 학급회의 하는 날, 나는 이 날을 기다려왔다. 작년에 학급규칙을 명확히 하지 않아서 아이들과 사소한 것 가지고 줄다리기를 많이 했는데, 거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빼았겼기 때문이다. 올해는 초반부터 규칙을 명확히 하고 싶었다. 다만 내가 강요하는 느낌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규칙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전날밤부터 고민을 많이한 결과, 우선 아이들 생각하는 우리 학급의 중요한 가치를 함께 정해보고, 그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규칙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 그것을 기준삼아 좀 더 구체적인 규칙들을 정할 수 있게 되겠지. 이후에는 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미리 정해서 제안하는 규칙에 대한 설명, 그리고 학급활동 및 회의에 관련해 세부 규칙들을 함께 논의했다. 

    진행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했다. 작년에 아이들과의 갈등을 호되게 치루어서 그런지, 나는 항상 무언가 하려고 하면 방어적으로 나오는 아이들을 상상하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하기 싫다고 뻗대거나, 크게 부딪히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불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하지만 막상 진행해보니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솔직하게 골랐고, 그 가치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도 솔직하게 말했다. 아이들이 고른 가치 중 겹치는 가치는 자유, 평화, 행복, 존중, 휴식이었고 가장 많은 가치는 자유였다.

    특히 어떤 친구는 아침 담임 전달시간에 화장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자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유를 지키기 위한 학급규칙을 만들때도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고, 동조하는 친구들도 있었다(화장을 하지 않는 남자아이들도 동조했다!). 나는 잠시 고민에 휩싸였다. '나는 내가 말할 때 애들이 화장하는 거 못보겠는데..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해 규칙을 만드는 건데, 여기에서 내가 강하게 나오면 아이들은 교사가 만드는 반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부딪혔다. 그리고 결국은 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신 전면허용이 아니라 화장가능 시범기한을 한달 시도해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살짝살짝 하는 화장 정도만 가능하기로..!(물론 애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ㅋㅋㅋ)

    극적협상?이 끝나고 가벼워진 분위기를 보면서 내가 너무 강하게 나갔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교사는 '무조건 안돼'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써서 아이들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처음부터 안된다고 할 필요는 없다. 한달 동안 아이들의 모습을 잘 관찰했다가 이후에 말할 수도 있고(내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적당히 할 수도 있지), 아니면 시간관리 능력을 언급하며 화장을 미리하고 들어올 수 있도록 한학기동안 시간관리 훈련을 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줄 수도 있겠다.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이 규칙이 정해지고 이후의 과정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이 규칙에서 내가 양보를 하니, 다른 규칙에서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아이들이 맞춰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특히 외출 규칙의 경우 좀 까다롭게 설정했는데,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해야돼요?라고 말하다가도 나의 의견에 맞춰주었다. 그 외에도 제일 귀여웠던 규칙은 '학급활동에서 소외되는 사람없이 똘똘 뭉쳐다니기'였다 ㅋㅋㅋ 기억에 남는 규칙은 '학급회의 때 저학년의 의견을 물어봐주고, 그것도 어려우면 익명으로 의견받기'였다. 이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아이들에게 한 수 배웠다.

    학급 가치와 규칙 정하기.hwp
    0.27MB
    학급 규칙 정하기.pdf
    9.25MB

     

    감사일기

    1.학급가치 고르는 이미지 파일을 공유해준 선생님께 감사하다.

    2.학급회의를 꽉꽉채운 활동이 지루했을텐데, 잘 참여해 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3.작년의 경험으로 두려웠음에도 학급규칙을 세워보고자 도전한 나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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