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3.6 대안학교 교사일기 -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관찰/대안학교 1년살이 2025. 3. 6. 22:23

    1. 면담과 검정고시

    우리학교는 국영수 같은 주요 교과교육이 의무가 아니다. 학력이 인정되지도 않는 비안가학교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아이들과 면담을 하다보면 '검정고시'가 대화 주제로 나올 때가 많다. 아이들은 불안해한다. '대안학교를 나와서 나의 미래를 어떻게 꾸려야하지? 남들과 다른 길을 걷기에 안정적인 삶을 살지 못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과 불안들. 그래서 검정고시와 대학이 자신의 그러한 불안을 상당부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검정고시와 대학이 그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 고민은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도 똑같이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시험과 등급으로 더 피부에 와닿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학교 아이들이 중졸, 고졸 학력인증을 받고 대학에 가면 잠시 남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음에 안도감이 들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불안이 커질 수 있다. 대학에 간 아이는 자신과 같은 불안을 가지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일반학교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온 이들일수록 경쟁에서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느끼며 살 것이니 말이다. 그들과 함께 하며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구체화된 내 삶의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 가서 배우고 싶은 확실한 무언가가 없다면, 남들이 가기에 가는 대학은 오히려 경쟁과 도태와 불안의 늪에 더 쉽게 빠지게 되는 길이 아닐까. 경쟁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소수일뿐이니까. 

    하지만 나 역시 그들을 완벽하게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언어는 가지지 못한 것 같다. 일단 그러한 불안에 힘들어하기보다는,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대학에 가면 좋겠다고 말은 한다. 그러나 그 말이 완전히 가닿지는 않는 것 같다. 결국 나도 공교육을 받고 대학을 나온 사람이기에, 내 언어의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 그렇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감사일기

    1. 작년에 나는 중학교 3학년의 학년시간을 맡았다. 이번에 중학교 3학년을 맡은 선생님들이 학년시간 운영에 대해 물었을 때 나의 경험에 대해 많이 알려드렸다. 나의 경험이 쌤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 감사하다.

    2. 내가 맡은 반 부모님들에게 인사차 전화를 드리고 있다. 나를 의지하고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 부모님들께 참 감사하다.

    3. 오늘 학교에서 촛불발언이 있었다. 촛불을 키고 자신의 속내를 나누는 시간인데, 오랜만에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감사하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