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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1 학교 방역도우미 일기관찰/학교 방역도우미 일기 2022. 8. 5. 18:02
7월 21일 학교 방역도우미 일기
오늘의 학교일기는 쓸 거리가 많다. 알바가 끝난 후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기억의 많은 부분들이 사라진다. 남은 시간 학교일기를 바로바로 적으면 좋을 것 같다.
학교에 도착해보니 선거가 끝났다는 걸 확인시켜주듯 포스터들은 전부 사라져있었다. 그 동안 공간이 포스터로 꽉 차있었는데, 없으니 무언가 허전했다. 하지만 내 머리는 복잡했다. ‘누가 당선 됐을까? 좋은 공약을 담아 정성스런 포스터를 꾸민 권씨(전교회장 후보, 부회장 후보 모두 권씨가 있다!)들은 당선이 됐을까? 5학년 전교부회장 후보인 강씨도 됐을까?’라는 궁금증으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이걸 선생님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아이들에게 물어본다고 했지만 아이들이라고 다 알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던 와중에 5학년 전교부회장 후보인 강씨가 보였다. 전교부회장 되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왠지 될 것 같다고 느꼈다), 혹시나 떨어졌다면 물어보는게 실례일 수 있으니 그냥 좋은 하루 되라는 인사만 하고 말았다. 옆에 선생님이 오셔서 남은 포스터를 치우고 계셨는데, 그래도 묻기가 좀 그래서 묻지 않았다. 선생님이 의식이 되어 아이들에게 인사만 열심히 했을 뿐이었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그래도 친구랑 함께 신나게 걷는 발걸음도 보았고, 천천히 걷는 발걸음도 보았다. 두 명이 같이 와서 한 아이가 먼저 실내화를 갈아신고 소독을 마친 후 들어가면, 다른 아이는 기다려달라며 발을 동동구르며 급하게 실내화를 갈아신고 소독을 하는 모습도 보았다. 친구랑 같이 가다가 혼자가게 된다면 정말 싫을 것이다.
이제는 쉬는 시간에 아이들을 만나 인사하는 일도 익숙하다. 조금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나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인사한다. 그럴 때면 뭐라도 된거같은 우쭐한 마음이 또 올라온다. 경계해야지. 그런데 잠깐, 낯이 익은 한 아이를 발견했다. ‘아니 얘가 왜 여기있지? 얘 전학 간 거 아니었나?’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 친구는 요 며칠간 보이지 않던 나의 최애친구였기 때문이다. 예쁘게 딴 머리를 하고 학교에 제일 늦게 오던 친구, 종은 이미 친 지 오래인데 먼 운동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느릿느릿 신발을 벗고(양말은 신지 않는다) 가방에 넣던 친구, 나에게는 수줍게 인사하면서 옆에 친구에게는 괴팍한?!(이 말의 귀여운 버전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목소리로 “기다려!”라고 외치던 친구, 소독기에서 소독액이 나오지 않으면 앙증맞은 손으로 주먹을 쥐고 소독기 가운데를 팡팡 치던 친구(손에 쥐어진 태권도 가방이 폼이 아니라듯이),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아 ‘전학 갔나?’하고 나의 애간장을 태우던 친구!
바로 그 친구가 노란마스크를 끼고 지금 내 앞에 서 있었다. 화장실에 가던 친구를 내가 불렀기 때문이다. 떨리는 마음을 누르고 그 동안 안오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내가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다시 운동장 쪽이라고 말했다)에 오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수줍은 목소리로 ‘저 후문으로 들어와서 정문으로 나가요’라고 말해주었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런 거였어!! 전학간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그 다음에는 뭐라고 말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돌아서 뛰어가는 친구를 보며 문득 이름을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묻지 못했다. ‘아.. 이 바보, 왜 이름을 묻지 않은거야! 라고 자책했다. 소독하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안되겠다. 화장실에 간 친구가 나오기를 기다려야겠다. 계단을 내려가 소독하다가 다시 올라가보니 그 친구가 보였다. 어떤 남자아이 뒤를 따라 뛰어가는 친구읫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나는 그 친구를 잡을 수 없었다. 아... 나는 왜 묻지 않았는가.. 나의 쫄보성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후회하는 마음을 안고 같이 일하는 분에게 이 사실을 말해주었더니, 왜 묻지 않았냐고 말해주었다. 이유는 알지만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바보이기 때문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1학년 3반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았다. 쉬는시간이 끝나기 전에 혹시라도 다시 만날까 1학년 3반으로 가보았지만, 그 아이는 이미 교실에 있었다. 같이 일하는 분에게 바로 저 친구라고 말하며 아쉬운 마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선생님한테 여쭈어볼까 했으나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실례였다.)
이 안타까운 사실을 같이 일하는 다른 분께도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분은 왜 최애친구가 등교하는 위치를 바꾸었냐고 물어보았다. 아.. 맞다, 나는 그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삼키며, 후문에서 나의 최애친구를 만나면 잘 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남자에게 전지현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차태현의 마음으로 말했다. 그러자 그 분께서 그럼 내일 후문에서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셨다. 오..! 진짜?? 후문은 맡아본적이 없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그런 마음을 숨기며?! 약 10분이 지난 후에 하겠다고 말했다.
덕분에 후문체험도 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이제 일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이런 기회를 얻게 되다니! 그리고 내일은 나의 최애친구를 만나면 꼭 이름을 물어보고, 왜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도 물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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