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 교육 공동체 가치회복을 위한 성평등 – 성, 새로운 문화 만들기!
이번 강의는 사람사랑나눔학교 2층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밝은 분위기인 이 곳은 나눔사랑학교 학생들의 배움터이기도 하다. 7기 수료생이신 우정아 선생님께서 모든 수강생들에게 음료를 베풀어주셔서 맛있게 마셨다. 좋은 공간과 음료를 나누어주신 사람사랑나눔학교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궁금증이 하나 생겼는데, ‘이번 강의는 왜 카페에서 진행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이었다. 주제가 성평등이라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였을까? 수강생들이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참여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였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ㅎㅎ
강의를 맡으신 분은 ‘가치교육연구소 숨’의 대표 이권명희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의 말투는 부드러우셨지만 목소리에서는 단호함과 간절함이 느껴졌다. 선생님께서 교육 공동체에서 꼭 성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확신과 성별갈등이 심화된 지금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하실 때, 그런 마음이 더 느껴진 것 같다. 대안학교 교사에게도 이런 현실이 예외는 아니다. 다만 규모가 작은 대안학교 특성상 갈등상황이 더 많이 일어날 수도 있고, 갈등을 해결하기에 좀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그래서 질문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각자의 상황과 생각이 다른 성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 선생님은 이 질문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셨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셨지만 인상깊었던 것 위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말랑말랑한 성문화 만들기!’였다. 지금도 선생님이 이 점을 몇 번이나 강조하셨던 게 생각난다. 선생님 세대에서 성평등이 이야기되는 방식은 주로 가치를 주장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게 옳아!’, ‘이렇게 해야해!’와 같은 방식 말이다. 선생님은 그 마음이 지금까지 성평등운동을 해오신 원동력이기도 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한계점도 느끼셨다고 한다. 선생님은 우리가 성평등을 주장하는 것을 넘어서 함께 성평등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하셨다. 두 번째는 ‘젠더 파트너쉽 훈련’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인도에서 면 생리대 교육을 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생각보다 인도사람들의 반응이 시원찮더란다. 문제는 그들의 문화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데에 있었다. 인도사람들에게 생리혈을 흘리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스스로 문명인이라는 잣대로 타인을 판단한 셈이었다. 나도 인도 오로빌에서 면 생리대 캠페인 포스터를 본적이 있다. 그 때는 ‘좋은 일 하는구나’라는 생각 뿐이었다. 이면에 이런 일이 있을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이처럼 우리가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혹은 가려져 들리지 않았던 이들의 언어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분명히 숨겨진 아이들의 목소리가 있을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가벼워지기’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수업 말미에 이미지 카드를 이용해 ‘내 모습/ 내가 보여지는 모습 설명하기’, ‘내가 줄 수 있는 선물 고르기’ 등의 활동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카드를 고른 것 같은데, 나는 어쩔 줄 몰라 한참 고민하고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시던 선생님은 지금 내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고 하셨다. 맞다.. 딱 들켜버렸다! 그냥 부담없이 고를 수도 있는데, 나는 ‘더 잘 표현하는 카드’, ‘더 의미있는 카드’를 좇다보니 점점 무거워졌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과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도 너무 많은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저 친구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가 뭐지? 어떤 마음이 있는거야?’라고 해석하고 분석하는 순간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내 언어가 가벼워져야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고 하셨다. 가볍고 노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아이들도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가벼워진 마음으로 아이들의 말을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고 말이다! 이건 비단 성에 대한 이야기 뿐만아니라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의 무게를 덜어내고 가벼워지기!',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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