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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안교육 교사양성 입문과정 13강 후기
    관찰/삶을 위한 교사대학 2022. 8. 4. 17:30

    13강 : 대안교육 교사를 위한 교육철학 입문 – 철학은 질문하는 일

     

    이번 주 강의는 ‘삶을 위한 교사대학’이사장이신 안성균 선생님께서 맡아주셨다. 대안학교 교사양성 입문과정 첫 시간 때 뵙고 거의 3개월 만에 다시 뵈었는데, 특유의 과묵한 모습은 그대로이셨다. 강의가 끝나고 선생님과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누군가 신부님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선생님에게선 종교인이나 수행자의 포스가 느껴진다! 과묵하지만 생각이 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느낌이랄까? 아니나다를까, 전공도 ‘동양철학’이라고 하신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강의주제도 ‘교육철학’이다. 교육철학은 참된 교육을 위해 필요한 여러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동시에 현 교육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교사도 많고, 교육과정도 11번이나 개정했고, 교육공간도 예전보다 훨씬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교사는 많지 않다. ‘당신들은 어떤 교육을 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교사는 더 적다.

    교사는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실험하고, 관찰하고, 촉진할 것인지 말이다. 교사는 하나씩 질문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교육’을 조각해 나간다. 교사가 학습자, 실험자. 질문자, 관찰자, 촉진자 등 여러 단어로 불리지만, 종국에는 ‘철학자’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생님 강의의 대부분은 ‘공자’, ‘노자’, ‘비노바 바베’, ‘이반 일리치’ 등 철학자들의 교육에 대한 정의로 채워졌다. 정말 많은 철학자들이 교육에 대해 말하는 내용을 보았다. 처음에는 ‘교육과 관련한 명언?!이 이렇게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글을 쓰며 되돌아보니 강의에서 공유해주셨던 정의들은 ‘선생님이 던지신 교육에 대한 질문이 맞닿은 지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묵한 모습 뒤에 묵묵히 질문의 길을 걸으셨을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졌다.

     

    강의에 나온 여러 말들 중에, 내가 인상깊게 만난 지점을 나누어보려 한다.

     

    서로 경청할 때, 상대를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 사토 마나부 -

     

    나는 이 부분이 인상깊었다. 경청이 상대를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니!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멋있는 일이 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은 잘하지 않았다. ‘잘 듣는 모습을 보여줘서 인정받고 싶다’는 인정욕망이나 ‘나 이만큼 경청할 수 있어’라는 자만심에 빠질 때가 많았다.

     

    사토 마나부는 경청할 때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방향이 상대에게 향해 있다고 말한다. 경청이라는 말 중 청(聽)을 파자(깨트려)해보면, 귀(耳)와 왕(王), 열 개의 눈(十, 目)과 하나의 마음(一, 心)이 나온다. 나의 귀와 열 개의 눈으로 상대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마음으로 상대를 느낄 수 있어야 함을 말해주는 것 같다. 좀 더 찾아봤더니 그 의미가 깊다. “세상과 소통하는 천자(왕)이 제일 높게 칠만큼 듣는 일이 중요하며, 열 개의 눈이라 함은 두 개의 눈을 넘어서 온몸으로 관찰하고 느끼는 일이며, 하나의 마음은 내 마음을 비워 상대와 하나의 마음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일이 바로 듣는 일(聽)이라는 것이다.” [인용 - 경청傾聽 vs 경청輕聽 ....그리고 에 담긴 소통의 지혜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선생님은 바로 이 안에서 배움의 공동체가 나온다고 하셨다. 어떤 공동체든 서로 경청할 수 있다면, 바로 거기서 배움이 나온다는 말 같았다. 배움이 결국 내가 관계맺고 있는 타자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배움의 공동체는 모든 이들이 다른 이를 온몸으로 듣고, 다른 이에게서 배우는 공동체를 말해주는 것 같다.

    8기 수료식 때 나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질문을 종종 하게 된다. 그 중에는 '어떻게 배움이 담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있다. 경청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에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타자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고,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이야기를 나눈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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